손우현 팬미팅 <우현이 만난, >
백암아트홀
2022년 11월 26일 토 14:00 / 19:00
Q. 배우 하는 아이돌은 있는데 왜 아이돌 하는 배우는 없나요?
A. 그거 우리 우현이가 하자. (이거 아님)
하. 드디어 대망의 팬미팅이 지나갔다. 소식 발표부터 티켓팅, 행사 당일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어마어마 한 나날들이었다. 늘 그랬듯 후기를 적기 위해 메모장을 켰는데, 쓰다 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 다 지워버렸다. 어차피 그가 한 말과 행동 모두가 인터넷 어딘 가에 남게 될 것 같아 나까지 더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냥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본다.
나의 손우현 덕질은 아시다시피, K비엘 드라마 나의 별에게로 시작 됐다. (시즌 1, 2 티빙 절찬 방영중. 많관부.) 그래서 나에게 손우현은 강서준이었고 강서준이 바로 손우현이었다. 쩜오러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준 배우였고, 배우 옷닥후의 입장에서 보자면 강서준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맡은 역할 중 하나였다. 여기서부터 간극이 벌어진다.
나는 서준이가 지우와 행복하게 사는 삶을 (거의 매일, 아주 자주, 몹시 여러번) 상상하지만, 강서준이 손우현의 지나간 캐릭터 중 하나라는 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나는 아직 구질구질하게 둘이 그래서 결혼은 할건지 말건지 말을 좀 해보렴 하고 있는데, 저 이는 또 다른 캐릭터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다. 나만 두고 가지 말라고, 서준이를 잊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된다. 하지만 그가 맡은 새로운 역할, 그러니까 최근의 장문기를 보고 있자면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진 않지만 ... 하여튼 줄어든다. 우리 문기 승아랑 행복해야 된다. 서준이는 이제 없고 오롯이 우현이의 다른 캐릭터를 보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갈팡질팡 한 마음 사이에서 오늘에서야 나는 답을 찾았다. 마침내.
아마도 시작은 여전히 선명한 이전의 팬미팅, 그러니까 강민이와 함께했던 첫 팬미팅이었다. (첫 단독 팬미팅과 첫 팬미팅은 다르다. 나는 여전히 이 둘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다.) 그는 그 날 아주 많이 웃었고 아주 많이 울었다. 살면서 삼십대 성인 남성이 그렇게까지 오열을 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목도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정말이지 열심히 웃었고 열심히 울었다. 팬들을 생각하며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그 마음을 제 목소리로 들려주려 노력하던 그가 정말 좋았다. 금세 퉁퉁 부어오른 눈을 하고도 힘껏 웃어주며 손을 흔들어주던 그가 너무 좋았다. 아. 그는 손우현이다.
아마도 나는 거기에 서준이의 부스러진 조각을 줍기 위해 갔을 것이다. 촬영을 할땐 어땠고 한 후엔 또 어땠고 무슨 생각을 했고 뭐 그런 것들. 내가 기대한 것들은 분명히 강서준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물론 지우서준을 포함한.) 하지만 나는 그 팬미팅이 끝나고 아주 오랫동안 그를 생각했다. 아. 그는 또 손우현이다.
점점 나의 자리는 흔들려간다. 나는 진성 쩜오러인가? 아니면 배우 순덕인가? 둘 사이에서 휘청휘청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지우서준을 더 많이 이야기 하지만 손우현이 좋고 손우현이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지만, 그만큼 지우서준도 좋다. 나는 그냥 ...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오늘의 팬미팅이 시작 되었다. 커다란 스크린 속을 가득 채우는 그를 보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을 꺼내놓게 된다.
팬미팅은 정말 재밌었다. 우리 우현이는 회사에서 야근도 했더니 사원증을 주시더라며 자랑 했었고, 그 결과를 톡톡히 보았다. 정말 알차고 재밌는 팬미팅이었다. 나름 아이돌 순이 경력 1n년에 빛나는 오프 광인으로써도 손에 꼽을 만큼 재밌었다. 무수한 고자극에 절여진 고인물에게도 감흥을 주는 행사라니 ... 이미 성공이다. 완벽한 자작곡의 더 완벽한 라이브 무대, 엠씨도 없이 마 뜨지 않고 술술 해나가는 팬들과의 질의응답 소통 시간, 그간의 바람을 한 방에 이뤄주겠다는 듯이 이루어진 댄스 무대, 웃고 떠들 수 있는 이벤트와 적절한 상품, 팬미팅을 위해 특별히 준비 한 새로운 자작곡의 라이브까지. 2층 객석을 배려 해 공연 중간 노래를 부르며 객석과 무대를 휘젓는 쇼맨십은 화룡점정이었다. 정말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말 그대로의 공연 그 잡채.
이러한 버라이어티를 선보이고 엔딩의-엔딩으로는 팬들 한 명 한 명과 직접 손을 맞대고 눈을 맞추는 하이터치를. 그런데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나요? 나는 그런 법 몰라. 손 깍지 끼던 순간에 저는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울렸던 건, 팬미팅 내내 보여준 그의 노력이었다. 혼자서 진행하느라 여력이 없을 텐데도, 라이브 무대에 격한 춤까지 힘이 들었을 텐데도, 팬들과 소통하랴 정해진 코너 해내랴 정신이 없었을 텐데도. 어느 하나 대충 하는 법 없이 열심히 하던 모습이 정말 ... 너무 예뻤다. 질문지 하나를 뽑아도 팬들이 환호할 수 있게 액션을 덧붙이고, 시종일관 웃으며 객석을 돌아보고, 의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순발력과 재치, 능숙한 진행과 자연스러운 애교, 맺고 끊음을 아는 센스까지. 도대체 이 강아지는 ... 부족한 게 뭐야?
폭발하는 애정과 함께 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내가 그동안 그를 향해 느꼈던 것들은 다 뭐였지? 오늘의 이 순간을 위한 빌드업일 뿐이었나? 알 수 없다. 나는 분명 그 때도 진심이었고 오늘도 진심일 뿐인데. 너무나도 다른 감정에 휘청인다. 하지만 나는 또 이렇게 나아갈 것이다. 지나간 감정을 돌아보며 아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다르구나 하면서. 원래 덕질이 다 그런 거다. 과거의 내 순정을 다 바쳤던 그이가 지금의 그이가 아니듯이. 그러니 나는 오늘 또 나아간다. 손우현을 향해서.
우리 우현이는, 우리 서준이를 설명하면서 자기와 닮은 점이 많다고 그런다. 나는 그래서 서준이 캐릭터가 완성 됐다고 생각한다. 우현이가 서준이 안에 자신을 아주 잘 녹여내서, 이토록 완벽한 서준이가 나에게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갓-캐를 만나기는 참 어려운 법인데, (한국 드라마를...좋아합니다) 나는 손우현이 연기 한 강서준을 만났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쭉 질척거리며 서준이의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할 것이다. 그러면 또 구질구질하게 우현아 서준이 얘기 좀 해줘라 하게 될지도. 일정 부분은 어느 한 군데 고여 있으면서 다른 부분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그런 휘청이는 덕질을 계속해서 할 것이다. 그럼 뭐 어때. 어디로 넘어져도 나에겐 사랑이다.
라고 구구절절 썼지만 솔직한 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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