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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연극 테베랜드를 떠나 보내며

FROM JAJU/REVIEW

by 한 자주 2024. 7. 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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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연극 테베랜드를 떠나 보내며

부제 :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연극 테베랜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2023년 9월 24일 일 15:00

C구역

S 정희태 / 마르틴•페데리코 손우현

 

 

 

안녕하세요? 자주입니다. 일단 쓰라는 포스타입은 안 쓰고 자꾸 후기 글만 가져와서 미안합니다... (꾸벅) 그렇지만 이렇게 오프 덕질이 잦은 기간에는 포타를 못 쓰는 이상한 습성을 가져서... 라는 핑계를 대며, 또 누군가 과연 읽어주시긴 할지 모를 글을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후기 보다는 일기에 가까울 것 같아요. 무슨 뜻이냐면 이왕 읽기 시작하셨으니깐 재미 없어도 끝까지 봐주시라는 얘기입니다. (제발)

 

6월 28일 첫공연을 시작으로 마침내 오늘 9월 24일, 테베랜드가 걸어온 87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87일 동안 107번의 공연이 있었고, 우리의 손마페는 36번 캐스팅 보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티켓팅은 그보다 앞선 5월 11일에 시작 되었고 105일 동안 총 6회차에 걸쳐 오픈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5월 11일 이후로 덕후들은 매일매일이 티켓팅이었고 매일매일이 취켓팅이었습니다. 내 자리 하나 구해보자고, 내 친구 자리 하나 구해주자고, 숱한 밤을 지새우고 긴장으로 차가워진 손발을 달래야만 했던 길고 긴 나날이었죠. 하지만 막공이 다가올 수록 습관처럼 클릭하던 날짜들이 줄어들어 기분이 참 오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판매종료가 띄워진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티켓팅 너무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투덜거렸던 날들이 어쩐지 금방 그리워질 것만 같네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당장 또 티켓팅 하고 싶단 뜻은 절대 아님. 티켓팅 존나 힘들어.)

 

그래도 저는 제법 운이 좋은 편이었어서, (이쯤되면 인정을 하란 말을 또 들을 거 같지만...) 제 이름이 박힌 티켓이 서른장 조금 넘었네요. 착한 일을 해야 막공을 간다는 미신을 신조로 (지어낸거임) 서른장 정도는 원가양도를 했었는데, 그덕인지 막공까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도 쭉 착하게 살게요. 진짜로. 진짜진짜 정말로. 근데 이렇게 많은 티켓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많은 연차는 쓸 수 없었기에... 총 36번의 공연 중에 8번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일 밤공을 어떻게 보러 간다고 해도,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저는 곧바로 집에 돌아올 수가 없어서... 갔다 하면 1박이 기본이니 같이 사는 부모님 눈치도 봐야 하고 이래저래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낸다는 마음으로 인생을 버려서, (이렇게 살면 안됨) 다시 생각해보면 8번을 쟁취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동안의 자세한 후기는 포스타입과 트위터 타래에 잘 엮어두었고요, 그래서 오늘은 다른 얘기를 더 해보려고요.

 

옛날옛적 라떼는 시절에 최애 쫓아서 대극장 뮤지컬 회전문도 돌아봤었는데. 거기다 소극장 연극도 여러번 본 경험이 있는데. 마치 그간의 기억들은 모두 사라진듯 테베랜드는 저에게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어요. 거기에는 아마 단 두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기하며 장장 155분을 꽉 채워나간다는 점이 가장 컸었던 것 같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만한 무대 장치가 없어도, 눈을 즐겁게 하는 현란한 춤사위가 없어도, 대극장 전체를 꽉 메우는 멜로디의 전율이 없어도, 이렇게까지 집중하고 몰입하며 생각하고 또 즐거울 수 있는 건지. 단 두 명의 배우가 극을 채워나가느라 소품을 직접 준비하고 무대장치를 옮기는 것도요. 연뮤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경험치는 아니라 이렇게까지 극찬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제가 쓰는 글이니까 그렇다고 할게요. (양심x)

 

그래서 아마도 이렇게 끝난 뒤의 마음이 더 헛헛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 봤던 세 명의 에스들과 나의 손마페. 공연이 오롯이 두 명의 배우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끝난 다음의 저에게도 오롯이 배우들만이 남게 되었어요. 이름을 모르거나 얼굴을 몰랐던 세 명의 에스들을 이렇게까지 아끼게 되어버린건, 무대에 단 둘만을 던져준 탓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 이제와서 재연을 내놓아라 지방 공연을 해달라 외치는 건 절대로 떼쓰는 게 아니고요. 맡겨놓은 거 찾아가는 거임. 쇼공책 보고 있나? (보고 있으면 안됨...;) 나는 여덟번 보고서도 이렇게까지 정이 들어버렸는데, 대학로에서의 연습과 삼개월의 공연을 함께한 배우들은 얼마나 더 애틋해졌을런지. 서로의 막공을 챙기고 눈물 바다를 이룬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보내냐고요... 야 쇼공책 듣고 있냐고 ㅠㅠ (깡패 아님)

 

길에스를 보고 오면 길에스를, 석에스를 보고 오면 석에스를, 희에스를 보고 오면 희에스를 최애라고 꼽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세 배우 모두 각기 다른 매력과 연기로 에스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히 해주셨습니다. (박수함성) 그래서 뒤늦게 다른 마페들의 연기도 무척이나 궁금해졌지만... 우리 손마페 만나러 가기도 이렇게 힘든데 ㅠㅠ 다른 마페 보러 갈 여유가 저에겐 없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희망사항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 하고 끝이 나버렸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엔 다른 변명 없이 꼬옥 만나볼 수 있기를...

 

이제 밑밥 많이 깔았으니깐 (?) 본론으로 넘어가볼게요. 우리 손마페 정말 대단하지 않니 얘들아? (진정하세요) 몇 달간 연습을 해서 몇 달간 연극을 하는데에도, 몸에 익고 입에 붙은 것들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디테일을 연구하고 발전해내가는 게 정말이지 경이로울 정도였어요. 종종 아 이 배우는 정말 연기를 사랑하는 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던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간의 것들은 단순한 느낌에 불과했다면, 이번엔 뭐랄까... 그 광경을 목도한 기분이랄까.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쏟아내서 연기를 하고 나면 분명 지치고 힘들법도 한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그대로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연극이 끝나는 날까지 좀 더 나은 것을 찾아 고민하고 수정하고 적용해내가는 게 정말... 이런 사람이 뭘 해도 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해져버렸답니다. 이런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다행이다 싶었어요. 종종 너무 늦게 입덕한 건 아닐까 조금은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는데, 요즘을 지내고 나니 이젠 지나간 과거 쯤은 지나갔으니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테베랜드를 연기하는 손우현을 만나봤으니까.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나는 손마페를 여덟번이나 봤는데! 그래서 이제... 뒤늦게 입덕할 사람들에게 미리 위로를 전합니다. 으이구 더 빨리 손우현 했어야죠. (이거 아님)

 

막연히 막공을 떠올렸을땐, 우리 손마페 어떻게 보내지? 이런 생각 뿐이었는데... 막상 오늘을 지내고 보니까 생각보다 잘 보내준 것 같습니다. 공연 보고 나오면 내가 더 오열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수도꼭지 한 번 열리면 잘 안 닫힘) 마치 드라마의 에필로그를 본듯, 공연이 끝난 후 진행 된 무대인사 덕분에 제법 가벼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진심을 전하는 두 배우의 멘트도 정말이지 좋았지만, 정희태 배우님이 준비해오신 마르틴에게 쓴 엽서가 정말 결정적이었답니다. 배우님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표현을 덧붙이며 엽서를 꺼내드셨지만... 그걸 읽어주는 희에스와 가만히 듣고있는 손마페를 보고 있으려니까... 정말 아름다운 엔딩인 것 같았어요. 마르틴에게로 시작해서 사랑한다는 말로 끝낸 것도요. 그걸 잘 챙겨서 자켓 주머니에 넣던 손마페도.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느껴져서 정말 색달랐고, 덕분에 홀가분하게 공연장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르틴이 혼자 남겨져서 어떡하냐고 꺼이꺼이 우는 사람 될뻔 했는데... 덕분에 그런 추태는 부리지 않게 되었네요. 공공연하게 석에스가 최애다 외치고 다녔는데, 오늘 또 이런 엔딩을 보고 나니까... 나 희태쓰 사랑하냐 ? ㅠ 하 (저기요)

 

그리고 이어진 간밤의 버블 라이브도 한 몫 했던 거 같습니다.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같이 아쉬워하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거 같아요. 아, 저 사람도 나만큼 마지막을 아쉬워하고 있구나. 아, 저 사람도 나만큼 마르틴과의 이별이 슬프구나. 아, 저 사람도 나만큼. 아. 이런 순간이 켜켜이 쌓여 제가 또 여기에 와 있는 것 같네요. 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사람들의 모임에 속한 저였는데... 이제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이미 있었는데 모른 척 한 건 아니었을까.

 

연예인 덕질이라는 게 원래 다 비눗방울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젠간 터질 걸 알지만 지금 이 순간엔 너무나 반짝이고 아름다워서, 팡- 하고 터져버리면 너무 슬플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는거요. 어느 때엔 다른 사람에 의해서 그게 터져버리기도 하고, 어느 때엔 비눗방울이 스스로 터져버리기도 하고, 또 어느 때엔 내가 터뜨려버리기도 하고요. 몇 번 겪어보니 터지는 순간이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비눗방울이 터지기 전에 제가 먼저 터뜨리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엔 아마도. 제 손으론 어찌할 수 없는 강을 옛날옛적에 건너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여기다 처음 후기를 갈기던 그때였는지도요... 나 매번 이렇게 오그라드는 사랑고백 구구절절 하고 있으면서 맨날 뭐 아니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자아성찰 중)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테베랜드는 이제 끝이 났어요. 저는 더 이상 들여다 볼 티켓 예매 페이지가 없고, 손마페를 만나러 가기 위해 두근두근 기다릴 날도 없고,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타임라인을 뒤적거리며 후기를 기다릴 날도 없어요. 모든 게 다 끝이 나버렸습니다. 하루짜리 행사도 몇달을 몇년을 곱씹고 있는 저인데, 삼개월짜리 이벤트는 또 얼마나 오래 곱씹고 그리워하게 될까요. 그래도 행복할거예요. 돌이켜보면 분명 나쁜 기억도 있었지만, 좋은 기억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눈 앞에서 생생히 연기하던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려서 한동안은 후유증에 시달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전부 행복할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준 나의 손마페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당신이 했던 모든 이야기, 난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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